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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칼럼] 화재사고와 장애인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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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칼럼] 화재사고와 장애인 보호
  • 박세호 기자
  • 승인 2022.09.01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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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휩쓴 큰 비 피해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은평구 한 주택가에서 자정이 넘어 인적이 드문 한 밤중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 약간의 재산 피해와 함께 주민 몇 사람이 경상을 입고 무사히 대피하는 등, 그야말로 있어서는 안 될 몇 건의 겅미한 화재사고의 하나로 남을 뻔도 했다. 그러나 4층에 살던 50대 시각장애인 한 분이 이 소용돌이 속에서 천금 같은 생명을 잃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안전하고 탁 트인 공간
안전하고 탁 트인 공간

그 순간 그 분의 ‘경악’과 우왕좌왕 어찌할 바모를 그 몇 분간의 절망감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사정없이 이어지는 고통과 고독과 황당함과 억울한 심정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정도였을 것이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장비를 갖춰야 함은 의무가 된 지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빨리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책용 소방장비 홍보판
주책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판

더 주목해야 할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바로 장애인 안전에 관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함께 이 시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 같은 우리 네 인생이다. 인생은 고해(苦海)와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정말 너무한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태어 속죄의 심정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우리는 무슨 일을 더 서둘러 해야 하는가? 만감이 한꺼번에 휘몰아쳐 온다.

수해와 홍수 사태 속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ㅎ신문사 기자가 경찰과 소방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부터 파악하고, 관계인과 장애인단체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의 의견을 경청하는 등 성의 있게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화마에 희생된 고인은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중증시각장애인으로 한 달 120시간, 하루 5시간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2층에서부터 불이 번져오는 새벽 시간에는 도우미가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였다. 혼자 화재를 피해 내려오다 쓰러져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됐다고 한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 주인이 사정을 알고,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하여 동생이 새 주거지를 막 장만하였을 때였다. 유가족들이야말로 정말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 아니었겠는가? 

평시에나 재난 시에나 늘 동반자가 필요하다
평시에나 재난 시에나 늘 동반자가 필요하다

본 기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이런 문제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데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모 사무실에서 일하며 구석방을 차지하고 있는데, 책임자급인 외국인이 달려와 왜 인터폰을 안 받느냐고 따져 물어서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다. 내가 못들은 것은 벨의 신호음 주파수가 좀 달랐기 때문인데, 곧 해결됐다. 지금도 왼쪽 청력이 떨어져서 난청 증세를 간혹 보인다. 다 알아들은 것 같지만, 조금 달리 알아들은 적이 몇 번 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독방이나 여관에서 긴급재난을 당할 때 혼자 경고방송이나 전화 벨소리를 놓칠까봐 노심초사한다.

독거노인이 되거나, 아니면 가족들이 흩어지고 집을 지킬 때 천재지변이나 재해와 사고 등 새벽에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앞이 안보이니 스마트폰 소리(알람과 안내방송)와 곁을 지켜줄 도우미를 더욱 필요로 할 것이다. 지체장애인은 대피 현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질주하는 인파에 뒤쳐지는 위기상활에 빠진다.

앞으로 본건 화재와 같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물론 매 경우가 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등록된 장애인 상세 정보가 지역 관할 소방서로 자동 공유되는 시스템이 범 정부차원에서 가동이 되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수해, 지진, 화재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맞춤형 당사자에게 재난 문자나 (시청각) 신호부터 빠르게 발송하고, 쌍방향 교신 부호에 따라 소방 당국도 출동하면서 장애인 정보를 다운받아 즉시 구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수많은 재난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장애인의 안전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재난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세부적으로 모든 장애인들이나 독거노인, 그리고 취약계층의 상황에 일일이 적용하려면 기준을 마련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폭풍, 호우, 산불과 지진, 선박 사고, 건물 붕괴 그리고 대소 규모의 화재 등 재난 속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인 장애인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안전대책과 구조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에도 좋은 제도가 많이 있다. 돌발 사고를 겪은 후 119에 신고하여 그 즉시 도착한 대원들의 숙련된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그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가정에 정보통신기술 기반 장비 10만여대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취약자들이 이와 같은 최신 장비로 각종 재해와 응급상활에 대비해 실시간으로 소방서와 연계하는 ‘응급안전 알림 서비스’를 말한다. 

소방청도 개인정보, 병력, 취약사항, 보호자 등을 등록하고 119 출동 시에 현장출동 대원에게 사전에 입력된 개인정보가 전달되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위급 시에는 골든타임을 위한 1분 1초가 생명에 직결된다. 그런데 출동 시 이미 IT시스템 기반에 의한 당사자의 현황 기록관리 등으로 현장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앞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좀 있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해당 장애인이 모르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제도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코로나 방역 때처럼 일사불란한 국가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요청을 해야만 이 제도의 작동이 시작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앞으로는 장애인, 독거노인, 혹은 중점 복지대상자 등록 시 당국자의 심시와 등록결과에 따른 관련 기관 합동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안전정보가 국가재난 관리와 응급안전 개인서비스 정보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정책이 필요하가 때문이다. 전문가나 정책당사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앞으로 이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범국민적인 과제로 삼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바이오와 과학기술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높은 사회적 비용의 지출에 대한 합의도 만들어낼 것이다. 로봇과 AI가 도우미 정도를 넘어 웬만한 보호자 역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현저히 저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가난하던 시절의 그 과거 속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첨단 문명의 이기가 우리 실생활에 접목 되려고 하는 바로 그 직전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래서 원시시대가 문명사회로 넘어가는 위험한 과도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뚜렷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바로 이러한 안전 불감증 세태,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에 집단지성을 총동원 가동하여야 할 시기가 아닌 가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 분들과 소방관과 다치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나누고 싶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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