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는 무관한 일반인들의 삶...
“인생이란 인연이라는 큰 그물로 짜 놓은 크고 큰 그물이라면...,” 작가는 작품의 큰 테마를 이렇게 그리고 있다. 인연? 과연 우리네 인생에서 인연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는 명치시대 일본의 천재적 여류작가 ‘히구찌 이치요’의 전기적 희곡으로 희곡과 소설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겨 기시다 문학상(1970,71)과 23회 요미우리문학상(1973) 수상에 빛나는 ‘이노우에 히사시’에 의해 완성되었다. ‘희구찌 이치요’는 명치시대의 작가로 고난의 세월을 극복하며 24의 나이로 요절했던 작가로 일본에서는 여류작가 중 첫손에 꼽히는 작가이다. 2004년 11월 1일, 일본은 오 천엔짜리 지폐의 얼굴을 ‘히구찌 이치요’로 바꿨을 정도로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 작품을 초연부터 번역, 연출을 맡았던 김순영 대표는 과거의 일본과의 역사에서 서민들은 그저 서민들의 삶 그 자체라 밝힌다. 정치가들이 서로의 나라에 한과 악행을 저질렀지만 정작 서민들은 그러한 국제 정치에서 저만큼 떨어져 그저 우리네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연출의도에서, “서울 대학로에서 뜬금 없이 일본 명치시대 소설가 애기를 할 필요가 없다. 정서나 감성이 그리 다르지 않은 두 나라이기에 잘 써 놓은 연극으로 ‘연극이 뮙니까?’하면서 한번 찡해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밝힌다.
작품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히구찌 가문의 세모녀, 해마다 추석이면 주위의 이웃들과 나쓰꼬(히구찌 이치요)에게만 보이는 원혼들이 명절 인사를 하러 온다. 부잣집 딸이었던 ‘이나봐 고’는 돈을 빌리러 오고, 오빠와 함께 소학교를 운영하던 나가노 야에는 불의에 참지못하다 감옥에 간 오빠를 구하기 위해 다끼의 집으로 돈을 빌리어 온다. 가난한 살림의 다끼는 돈을 빌려줄 수도 없는 처지이고, 서로의 비참함을 달래줄 수밖에 없는 히구찌 가문의 상속 호주인 나쓰꼬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벌기 위해서 온몸으로 세상에부데끼며 소설가의 꿈을 키우지만 허약한 몸에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다 남의 눈을 의식해 허영을 부리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자살을 결심하지만 어머니와 동생 구니꼬를 생각해, “마음은 죽었고 몸은 세상에 두었다”며 마음을 접는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귀신들과 명절만 되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만나 친하게 된 ‘반딧꽃’이 자신을 원수라 몰아붙이고 고과 야에는 어처구니 없게도 연적이 되어버린다. 겨우 소설가로 이름을 얻은 나쓰꼬는 병을 얻어 요절을 하고 그 이듬해 어머니 다끼 역시 세상을 뜬다.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던 구니꼬만이 어머니가 남긴 빛에 고생을 하다 추석날 불단을 짊어지고 정들었던 셋집을 떠나게 된다.

2011년 새해 벽두,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는 소극장 공연 중에 눈에 띄이는 공연이며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도 훌륭한 작품으로 멋진 결과를 기대해본다.

서영석 기자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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